블로그 재개

카테고리 없음 2018. 9. 24. 10:46 |

4여년 만에- 티스토리 블로그를 재개할까 합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편의성과 접근성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해 왔지만

글로 기록을 남기기엔 특유의 가벼움 때문인지 쉽게 써지질 않더라구요.(는 핑계려나...)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들을 긁어 붙여넣기나 하고 있었는데,

네이버 쪽은 계속 그렇게 저장고 용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티스토리는 좀 더 생산적인 쪽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동안 좀 많이 바뀌어서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듯 하지만요.

지난 3개국 워홀 이야기나 여행기 업로드 등은 이쪽에서 행해질 예정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특별한 직업 없이 백수와 프리터의 사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블로그 소개글도 바꿔야하네요.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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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히 이 영화를 인생영화 중 하나로 꼽고 싶다. 그것은 재미나 만족도를 떠나, 살면서 내 곁에 두고, 가끔 몇 년에 한 번씩 꺼내보고 싶기 때문이다. 재밌다고, 마음에 들었다고 개봉 중에 또 관람하면 재미가 60%가까이 떨어지는 관계로 이 영화는 나중에, 언젠가 다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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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달 후면 징글징글한 한국을 드디어 벗어나, 호주로 떠나는 내게 한 지인이 애정 어린 응원의 한마디를 해줬다. "그따구로 살지마!!!!!!!" 그는 식사+술자리 내내 내게 "꼭 지금 가야하겠어?"라는 말을 했고, 나는 이러이러해서~ 라고 말을 시작해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다행히 왜 이런 말을 하는지, 한국 사람들의 그 흔한 오지랖이 아니라, 자신의 지인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불쾌함은 없었다(오히려 고마웠을 뿐).

나는- 이제는 나에 대해 설명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자유롭고 재밌게 산다며 응원을 보내지만,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며, 이해하려 하지도 않으며, '규격외'의 이상한, 정신 못 차린 사람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이해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도 하지 않으며, 나 역시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도전한(그러나 딱히 노력하지 않은) 한국 사회 적응에 실패했고, 내 안에서 한국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고, 조금 무모하지만 당장 다시 나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이것이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내 인생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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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내 삶을 살기 위해 나의 20대의 10년을 몽땅 통채로 투자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내게 이 영화는 지극히 해피엔딩이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여주기를 두려워했던 프랭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어왔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동지'가 있다. 와- 음악가에게 이보다 더 큰 꿈이 있을까. 음악으로 돈을 번다? 보다 더 크고, 더 이루기 어려운 꿈이 바로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음악할 수 있는 평생의 동료'를 얻는 일일테다. 


나는
22세의 패기와 25세의 열정을 간직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었을 때,
29세의 행동력도 간직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 나는 이 영화 '프랭크'를 봐야지. 나는 존의 눈으로 볼지, 아니면 프랭크와 그의 동료들의 눈으로 볼지, 그 순간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분명 지금부터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한 나 자신이 평가가 될 것 같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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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언덕
감독 홍상수 (2014 / 한국)
출연 카세 료,문소리,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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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나와 맞지 않는 걸로 결론을 냈다.
나는 아직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해할 만큼 인간적으로 성장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았나보다.
나는 이런- 자신들만의 리그 같은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고 해도 나와 감정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뭐 모든 대중에게 맞출 순 없지 않은가, 사람 각자가 취향이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이 영화는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가슴에 까끌한 무언가가 걸린 느낌이었다.

감독은 '날生 것'을 선호하나보다. 줌인아웃은 이전 작품인 <우리 선희>에서도 본(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자유의 언덕이 두 번째이다) 기법인데, <우리 선희>에서는 거부감이 없었지만 <자유의 언덕>에서는 상당히...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9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화면도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듯 하였지만, 내가 그런 한국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것이 마음에 들 리가.

영화에서 모리(카세료 분)는 계속 한 책을 읽는다. 요시다 켄이吉田健一 「時間」(新潮社 1976年、のち講談社文芸文庫/新装版・青土社 2012年)이라는 책의 문고본을 갖고 다니면서 읽는다. 중간에 문소리에게 시간의 틀에 관해서 쓰여진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이 영화의 틀은 그 책에서 언급된 "시간의 틀"이라는 걸 이용할 것이라는 힌트는 준다. 그럼 뭐해 내가 받아먹지를 못하는데^^
영화에서도 시간의 틀은 틀어져있어 시간 배치가 뒤죽박죽이다. 이런 식의 연출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난 그럴 내공이 없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삼청동, 그리고 문소리는 삼청동 초입에 위치한 지유가오카8쵸메自由が丘8丁目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는 걸로 나온다. 몇 번 지나가다가 딱 한 번, <자유의 언덕>을 보신 나비님과 함께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사실 그전까지는 작지만 소리 없이 강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일본 붐에 편승한 가게라고 생각(나는 그 붐을 싫어하니까)했고, 그리고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 없다. 굳이 이 카페를 소재로 한 이유는 모르겠다. 등장인물이자 주인공 모리가 찾아온 한국인 여인인 '권'이 일본에서 좋아하던 곳이라던데, 끼워맞추기 같다.

나는 참 난해한데다가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포인트들도 있는데, 도대체 이 영화의 어디가 좋다고 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여 일반인 평을 검색해보았다. "비영어권 사람들이 영어를 쓰는 게 좋다"라는 평이 있는데, 나는 그런 게 싫어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종일 영어가 나오는 게 싫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싫은 것은, 캐릭터들이다.
어디서 오셨어요? 일? 여행? 으로 시작한 한국식 호구조사가 시작된다.
물론 어느 나라든 외국인에게 이런 식으로 묻는 건 흔한 일이겠지만, 한국은 유독 호구조사 성격을 띄고 있고, 나도 많이 당한지라, 아무리 호구조사가 아니라고 해도 저런 식으로 묻는 건 매우 싫다.
이민우 씨가 맡은 캐릭터는 대놓고 짜증나는 인간이었지. 근데 그런 사람 많이 봤다. 이 나라에 많은데, 내 눈엔 '보통'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문소리 씨의 캐릭터도 별로다. 하룻밤 같이 했는데 "사랑해. 당신도 나 사랑해?"라고 묻는 것도 싫고, 쓰레기 같은 남친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엔 '데이트 할 사람이 있어야 해서'인데, 그냥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스타일로 밖에 안 보인다...(나 너무 삐뚤어진 건가?)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타입의 시끄러운 여자다.

무엇보다도 문소리 씨의 연기가 당황스럽다. 이 분은 원래 이렇게 연기하시나? 사실 문소리 씨의 작품 중 제대로 본 건 <오아시스> 하나. 하지만 여전히 <오아시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여주인공으로 나왔을 때에도 말 그래도 "때아닌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오늘 <자유의 언덕>을 보니 알 것 같다. 영화에 녹아들지 못한다. <오아시스>가 오히려 아주 아주 극단적인 연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건가-싶을 정도로, 생활 연기는 정말 안 어울리는 것 같다(빨간책방의 기자님은 연기가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고 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혼자 무척 튄다.

그 중 왕은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한 '상원'이라는 캐릭터. 아주 매우 싫다. 특히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고 있던 한 여자에게 대하는 태도가 정말 쓰레기같다. 다가갔는데 여자가 차갑게 반응하자 서로 욕하고 난리도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은 한국 특유의 진상들만 모아서 캐릭터로 만든 건가... 왜 굳이 저렇게 하나같이 비호감 진상 캐릭터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짜증나는 캐릭터이다. '모리'도 그걸 다 받아주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내가 아는 보통의 일본인이라면 저런 사람을 그런 식으로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주 아량 넓고 글로벌해서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오케이 오케이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엔.

솔직히 말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러 신촌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트레온까지 올라가는 길에도 이걸 취소해? 말아?라고 고민했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는 다음부터는 그런 내적 갈등이 있을 때엔 과감히 '안 보는 쪽'으로 하자고.
너무 내 취향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나의 돈과 나의 시간이 좀 아까웠다. 굳이 보지 않아도 아쉽지 않았을 영화.
이건 뭐 어디까지나 사람 취향 차이니까. 다만 나와는 안 맞았다. 건진 건 멋있게 나이 들고 있는 카세 료 하나.
요 몇 주 동안 침체되어있던 수다력이 이 영화 덕분에 다시 돌아왔다는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
밀린 감상 써야지.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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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도넛
감독 트래비스 파인 (2012 / 미국)
출연 알란 커밍,이삭 레이바,가렛 딜라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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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결말 스포 소량 포함, 그래도 치명적 스포는 없음.


파워블로거 이웃님의 시사회 이벤트를 통해 다녀온 시사회.
리뷰 작성 가능자 위주로 뽑는데다가 작성 가능하다고 썼기 때문에 당첨. 보고 왔으니 써야지.
어제 퇴사한 덕에 드디어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생겨 그동안 미루어왔던 일들을 하련다.
근데 나는 리뷰를 쓰지 않는다. 그럴 능력이 없으며, 그냥 보고서 느낀 감상만 주저리 주저리 적을 뿐.



<초콜렛 도넛>은 장애인, 성소수자, 어느 사회에서든 배척받는 존재들의 이야기이다.
외국어 표기법에 의하면 '초콜렛'이 아니라 '초콜릿'이라서, '초콜렛'이라고 표기된 영화명이 거슬리는데다가 검색할 때마다 '초콜릿 도넛'이라고 써서 두 번 검색하게 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이런 건 내 문제이니 패스.(이런 건 좀 배급사에서 신경써서 해줬으면 좋겠다.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게 아니라, 신경 썼어야 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족이지만, 올해 윤종신 씨의 파리바게트 로고송도 '바라다'의 변형인 '바라왔던'을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잘못된 국어사용의 예인 '바래왔던'으로 발음해서 들을 때마다 거슬렸던 2014년의 여름이었다)

조금 진부한 스토리에, 영화제 15관왕이라는 홍보 문구에 비해 영화는 생각보다 평범했고,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화는 70년대 미국 서부라는 배경으로, 성소주자와 장애인이 어떤 차별을 받아왔는지 묘사한다.
장애 아동에 대한 차별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좀 더 부각되어 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에서 40년 정도 지난 현재 21세기인 2010년대의 미국은 많이 변해있다(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미국은 자유분방한 진취적인 사회일 것이라는 것. 살아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문헌과 방송으로 접한 미국은, 아주 지극히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이다. 이 점에 대해서 학사졸업논문 쓰다가 질려서 나가 떨어질 정도로.).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동성 결혼 합법화가 이루어지는 주가 늘어나고 있고(물론 아닌 곳도 있다), 변화의 바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영화 속의 판결문에서 '아이가 잘못된 성가치관을 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라며 두 사람의 입양을 거부한다.
영어로는 뭐라고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잘못된 성가치관'이라는 단어가 불편하기 그지 없다. 물론 지금에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한국 사회도 동성애가 수면위로 올라온 건 얼마 되지 않는다(2000년의 홍석천 씨의 동성애 커밍아웃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리고 유교 전통 사회였던 20세기의 한국 사회가 바뀌어 나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동성 결혼은 합법화는 백 년 후에는 가능할까? 싶을 정도이고, 합법화는 커녕 차별과 편견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한국은 유교에서 기독교로 이어지는 점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사회인데다가, 한국 국적 남성들에 대한 징병제는 동성애와 민감한 관계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성애에 관해서는 일단 징병제가 폐지되어야 이야기가 가능해질 것 같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걸 떠나,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이 변해간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는 '동성애는 더럽다'라는 인식이 꽤 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과연... 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영화 내에서 계속 루디는 자신들을 부모로 인정해주지 않는 검사측과, 판사가 내린 판결에 대해 '차별'이라며 반박한다.
미국은 참 '차별'과 끊임없이 싸우는 나라이다. 그래도 미국은 변화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주 천천히, 힘겹게이지만. 미국은 거기에 인종차별이라는 영원한 숙제까지 가지고 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성소주자나 장애인 뿐만 아니라, 편모, 편부 한가정 부모의 자녀들, 다문화가정, 심지어 부모의 학벌, 생활 수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재일조선인 문제가 컸던 것 같다(이는 현재 함께 개봉중인 <60만번의 트라이>에서도 다루고 있다). 유럽에서는 성가치관이나 가족 형태에 대해서는 개방적이지만 역시 인종문제, 종교문제가 사회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차별'은 사람의 본능인가 싶을 정도인데, '차별'이라는 것이 분명히 문제를 갖고 있으며, 없어지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사회와, '너는 저 아이와 달라. 저 아이보다 잘나야해.'라며 어릴 때부터 타인을 '차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회를 같다고 볼 수 없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갈등을 겪고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한 인식'과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구성원 모두가 그러한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마치 생명력이 희미해진, 죽어가는 사회처럼 느껴진다(어느 한 사회를 꼭집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사회적 약자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로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도 비슷한 형식으로 전개되었던 것 같은데, 주제 접근 방식이나 결말 부분은 <초콜렛 도넛>이 좀 더 내 마음이 든다. 사건의 경과 어쩌면 결과를 폴(검사)이 이들이 함께가 되는 것을 방해한 사람들에게 보내는데, 단순히 '이러면 안 돼, 세상은 바뀌어야해'라는 메시지가 아닌, 죄책감을 느끼게 하여 '책임'을 묻는 형태라는 점이, 그리고 관객들에게 그 책임을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 장애인과 성소주자라는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노력'이 그 순간에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도, 그것이 계기가 되고,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언젠가 큰 변화가 된다고 믿는다.



알란 커밍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것 같다. 정말 그 사람 같았다. 찾아보니 알란 커밍 역시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 그가 이 영화에 임하는 마음은 사뭇 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추천한다.
우선 나는 나비효과를 광적으로 믿는 사람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동성애에 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변화하거나, 최소 마음의 벽이 낮아질 수 있다면, 언젠가는 괜찮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수위가 위험한 성행위 묘사는 없다.
Posted by mosa.
:
어거스트 러쉬
감독 커스틴 쉐리단 (2007 / 미국)
출연 프레디 하이모어,케리 러셀,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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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의 흥행으로 다시 회자되고 있는 여러 음악 영화들. 이 영화 <어거스트 러쉬>도 역시 함께 등장 중이고, <벨벳 골드 마인>의 주인공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또 음악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을 본 적 있어 조금 궁금한 마음에 어떤 영화인지 봤다.
이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당황스러운 영화에 주인공 아빠로 나온 조나단에게 리스펙트.

OST만 살아남은 영화라는 거에 동감. 그저 그런 스토리에 음악과 세 주인공의 미모를 끼얹어 그나마 이름을 남긴 것 같다. 연출은 당황스러울 정도.

아무리 아역배우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피아노 칠 때 손가락은 맞춥시다. 음은 낮아지는데 왜 손가락은 오른쪽으로 움직이나요. 주인공 '어거스트'의 손은 애기애기한데 기타 칠 때만 급성장&급노화.

스토리는... 뭐 이렇다 저렇다 할 것도 없이 무난평범한 신파인데... 음악이 좋아서 오히려 스토리가 비교적으로 더 구려보이는 듯하다. 천재성을 부각시키는 건 좋은데 너무 말이 안 돼..... 악보를 처음 봤는데 그자리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모두 음계로 적는다....는 확실히 무리수.

아지트에서 기타를 처음 만졌을 때의 화음은 매력적이었지만 계속 비슷한 방식으로 연주하다 보니 조금 흥미를 잃었다. 오히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하룻밤 여인 라일라를 잊지 못해 부르는 노래 'This Time'이 이 영화의 수록곡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나이가 들어도 주인공들의 미모는 건재하다'와 OST만 남은 영화...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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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감독 코디 카메론,크리스 피언 (2013 / 미국)
출연 안나 패리스,앤디 샘버그,닐 패트릭 해리스,테리 크루즈,빌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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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삐뚤어졌나보다. 나는 이 영화가 참으로... 꽁기꽁기하다. 보통 속편은 전작과의 시간차가 현실세계에서 만큼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전작과 시간차도 없이 사건이 벌어진다. 

꽁기꽁기했던 점은 그 이름 긴 기계에서 나온 음식들이 각자 독립된 생명을 갖고, 인간과 동등하게 살아간다는 것. 인간, 음식 할 것 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에 꽁기한 게 아니라, 그 뒤에 이 음식들을 정당화시키려는(?) 음모가 숨겨진 것 같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정상적인 음식들이 아니다. 기계에 의해 유전자가 변형된 음식들-슈퍼사이즈들, 심지어 눈도 있고 말도 하고. 유전자 재조합 식품들이 연상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테다. 이 영화는 마치 유전자 재조합 식품(GMO)들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사영화가 아닌 어린이들이 특히 관심 갖고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 검은 속내가 보인다. 이름들도 재밌게 지은 듯 하지만, 유전자 재조합 식품들의 작명 방식과 비슷하지 않은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인간은 먹어 치우지만(죽여버리지만), 사실 그들도 새끼가 있는 부모다~ 식의 주장(?)도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어린이 층에 잘 먹히는 일이고. 생긴 것만 타코지, 90년대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들과 다를 게 뭔가. 물론 유전자 조합 식품들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은 반대가 있든 말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유전자 조합 식품들에 친해지도록 만들 것이다. 

주인공 플린트는 자신의 우상이 하는 말이라면 가족, 친구들에 대한 불신마저 생긴다. 샘은 애인 아니었던가? 어째 친구1로 나오는 느낌이다. 전편이 성장이었다면, 2편은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하지만, 잘 전달되지는 않았다. 딱히 친구들과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진 않았다. 푸드 몬스터에게 도움을 받았을 뿐.
전편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의 매력은 보이지 않고, 상상력의 영상 재현에 힘을 쏟은 듯 하다. 화면은 형형색색의 배경에 살아 움직이는 맛나 보이는(?) 음식들로 시선을 사로 잡아, 밋밋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무매력을 감춰주고 있다. 그리고 섬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된 거지? Live사(마치 A사를 보는 듯한...)에서 섬을 청소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준다고 하여 캘리포니아의 샌 어쩌구 하는 동네로 이주하였는데, 결국 그들은 감독이 주인공과 그 친구들만 챙기는 바람에 나머지 주민들은 섬에 돌아가지 못한다..'ㅅ' 
마지막에 평생 싫어했던 낚시를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아버지의 취미를 함께하게 되는데... 이것도 뭔가 싶다.

1편은 재밌게 봤는데 아쉽다. 
Posted by mosa.
:
매직 인 더 문라이트
감독 우디 앨런 (2014 / 미국)
출연 엠마 스톤,콜린 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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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기본적으로 영화를 많이 가리고 골라서 보는 편이다. 보기 전에 기자평 체크는 물론이고, 관객평도 어느 정도 확인하고 보는 편. 해외에서 평이 안 좋다길래 안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한국 기자평이 좋아서 보기로 해서 봤는데... 하.하.하.!!!!!!! 배급사에서 기자들에게 선물이라도 돌렸습니까?
심지어 영화관에서 졸기까지 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그러니까 이건 로맨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이성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여자'라고 생각했던 약혼녀보다 그런 이성보다 '감정'으로 끌리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믿는 것이 정당하다고, '이성적이고 똑똑한 여자'는 약혼자가 잠시 출장 갔다가 거기서 만난 사기꾼 여자와 눈 맞은 걸 이해하고 쿨하게 받아들인다며, 이 남자의 사랑은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차라리 여자의 사랑은 낫다. 마음에도 없는 갑부와 돈 때문에, 그것도 남자를 속여서 결혼하려고 했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이 가지 않는다며 파혼.

우디 앨런은 자신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영화를 통해 이해받고 싶었던 것인가. 그 옛날의 입양한 딸과의 로맨스는 이성이 아닌 감정에 의한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1920년대를 무대로 한지라 음악도 그 당시 풍의 음악이지만, 너무 뻔했다.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풍경들이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로맨스의 배경으로 보이진 않았다. 색감도 너무 1920년대 뙇!!!!!! 필름 감성 뙇!!!!!!! 이런 느낌이라 오히려 나는 반감을 느꼈다. 조금 과한 듯한 느낌.

일단 재미가 없다. 말도 많다. 오죽했으면 병원에서 기도하는 장면에서 졸았겠는가.  
유머? 그건 도대체 이 영화에서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건가요?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이니 대충 둘이 함께 비를 피해간 천문대에서 꽁냥거리며 눈 맞는 게 사랑이라는 매직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감정선이 보이지도 않고, 과정도 없다. 이성과 과학만 존재하는 남자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글쎄 모르겠다.

사랑이 삶에서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마술같은 일이 될 순 있지만, 솔직히 우디 앨런의 변명같아 보인다. 심지어 두 주인공의 캐미도 없다. 누가 했어도 딱히 다를 것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자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거기에 콜린 퍼스와 엠마 스톤이라는 기대치 높아지는 배우들의 사용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영화 어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넣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이나 <블루 재스민>같은 수작을 기대하고 간 내가 잘못이다.
Posted by mosa.
:
비긴 어게인
감독 존 카니 (2013 / 미국)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마크 러팔로,애덤 리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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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포함





이거슨 존 카니 감독의 전작 <원스>처럼 두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스포려나?)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남주인공과 오랜 시간 함께 꿈을 나누어 온 남친이 바람나버려 버림 받은 여주인공이 우연히 만나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그들의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원하고 바라는 '일'을 다시 시작.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은 역시 자신의 음반 회사에서 짤린 음악 프로듀서 댄이 우연히 전철에서 내렸는데 우연히 그 다음 차가 연착되어 우연히 역 밖으로 나가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우연히 딱 마침 그때 친구의 권유를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무대에 올라가 노래(A Step You Can't Take Back)를 부르는 그레타가 노래 부르는 것을, 술에 취한 채로 들으며 어레인지를 새로 입혀가던 장면. 그 장면은- 내가 한때(!) 꿈꾸기만 했던 일이었다. 

댄이 그레타에게 앨범에 '뉴욕을 담자'며 뉴욕 곳곳에서 야외 녹음을 하며 그 소음 조차도 함께 담자고 제안했을 때, 나는 머리 뒷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 정말 간절해서 부딛히려면 저렇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나도 저런... 걸 하고 싶었다. 음악을 바다 삼아 헤엄치고 싶었다...(읭?)는 표현은 좀 웃기지만, 정말 그 속에서 푹 빠져서 다 내던지고 몰두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정말 끝내주게 멋진 음악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을 함께 하고, 그 음악의 탄생에 기여한 1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겐 또 다른 음악영화라기 보단 나의 '판타지'에 가깝게 다가온다. 이젠 손에 닿지도 않을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 나는 다른 걸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 3년이다. 드디어 그 '때'가 온 것 같아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인다.

스토리는 조금 늘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고, 빤하기도 하지만, 난 그냥 그저 좋더라.
많은 곡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곡은 역시 A Step You Can't Take Back.


아, 둘이 눈 안 맞아서 좋았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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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클럽
감독 스티븐 실버 (2010 / 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
출연 라이언 필립,테일러 키취,닐스 반 자스벨드,프랭크 라우텐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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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며 마지막 두 학기 동안 들었던 사진 수업에선 기말고사가 가까워질 즈음에 '사진과 윤리'에 대한 주제로 강의가 있었다. 늘 등장하는 것은 케빈 카터의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독수리와 소녀'. 이 사진을 찍은 후 비난을 받고, 케빈 카터는 3개월 후 자살한다. 그리고 함께 보는 사진은 일본인 종군사진기자가 취재 도중 총에 맞은 채 죽는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사진. 이 사진 역시 동료 사진가가 찍었다. 찍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사진과 생명을 구하는 일,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교수님은 이에 대해 '사진을 찍는다'라고 자신이 내린 답을 말하였다. 이성이 상황을 판단하기 전에 손가락이 눌리도록 훈련이 되어있다고. 

학교에서 수강했던 두 번째 사진 수업인 <보도사진론> 수업이 힘들었던 것은, 언론정보학부의 고학년 전공 과목이었는데 나는 해당 전공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타과생이었다는 것. 사진 속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언론정보 전공 학생들이 대단해 보였다. 사진 한 장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었던 다른 학생들의 사진들을 보면서, 이건 촬영 기술의 부족함을 넘어 작게는 관심사가 다르고,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 재능이 나같은 머글과 비교했을 때 아예 넘사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따라가지 못하는 내게 교수님은 말하셨다. "파인아트 쪽 하고 싶어하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 수업은 보도사진론이다. 지난 학기(교양) 수업이었다면 칭찬받았을 사진들이겠지만, 이번 학기는 교양이 아니라 보도사진론이다." 다행히- 학기가 끝나자마자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연습은 힘들어야 연습이고, 에라이 모르겠다 식으로 여기 저기 부딛혀서 마구마구 찍어대던 고난의 학기중과 다르게 편하게 찍다보니 더 이상의 레벨업은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그 화면이 기가 막힌다. 많은 영화들이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하지만, 유난히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영상이라기 보다는 사진들을 이어서 만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가의 윤리에 대해 대답을 낼 순 없지만, 아마 나는 그들의 직업의식에 손을 들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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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휴대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주 쉽고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필름을 카메라에 셔터를 누르던 시절은 존재하는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제는 아주 쉽게 순간을 저장한다.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 더 이상 사진은 장비를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심지어 취미도 안 되는 정도로 끄느적 거리는 나도 카메라를 수 대를 소유하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생긴 취미긴 하지만, 일본에서도 꽤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 생활이 아쉬운 이유는, 삶에 치이고 쩌들어 내가 좋아하는 모습들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고, 앞으로 세 나라를 돌아다니기 시작할 나는, 어떻게 찍어야 할까- 라고 자주 고민을 한다.

내가 찍는 사진들은 남듦의 취향과 기호와는 많이 멀다. 내 사진을 나만 좋아한다는 것도 안다. 나는 정말 괜찮게 잘 찍었다고 생각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공감해주지 못한다. 잘 가는 커뮤니티의 사진 게시판에서는, '음식, 외국, 스압'이 조회수도 댓글도 추천도 많은 게시물들이고, 일상 사진이라면 역시 '감성, 힐링' 코드가 없으면 주목받기 힘들다. 아- 어느 것도 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사진에는 찍는 사람들의 성격, 성향,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기분 등의 것들이 묻어 나온다. 구도, 이후 색, 분위기 보정 등. 내가 보는(!) 내 사진들은 꽤나 저돌적이다. 숙련된 기술로 정돈된 느낌 보다는 아직은 다듬어지기 전인 '나마生'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확실히 초등학교는 졸업한 것 같은데 아직 중학생 정도. 학년은 1~3학년을 왔다 갔다. 그러다보니  그래서 퀄리티도 사진에서 묻어나는 느낌들도 꽤나 들쑥날쑥 하다. 이것이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어 극복해보려고 하지만, 천성인지 잘 안 된다. 차분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찍힌 사진들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어린 여자아이같다.

'이건 이렇게 찍어야 해'라는 카메라 입문서 같은 규칙 아닌 규칙들도 싫다. '꽃은 접사렌즈로 찍어야 하고, 건축물은 웅장하게 광각으로 쫘악 뽑아줘야 하고, 인물은 망원렌즈로 아우포커싱해서 배경을 다 날려버려야 한다'식의 조언을 듣고 있자면, 꽃은 광각으로 찍고 싶어지고, 건축물은 단렌즈로 찍고 싶어진다.(실제로 고양꽃박람회에 가서 꽃 사진을 광각으로 찍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룰과 법칙이 어딨나. 찍고 싶은 대로 찍는 거지. 
다만 나만의 룰은 정해서 찍고 있다. 수평, 수직은 반드시 맞출 것, 셔터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것. 둘 다 지켜지지 않아 결국 포토샵의 힘을 빌리거나 사진을 버리거나 하지만. 그리고, '솔직하게 찍을 것.' 가끔 꾸미고 싶은 마음에 사진에다가 내 욕심을 투영하기도 하는데, 그런 사진들은 결국 저장 없이 처음 원본상태로 돌려 다시 보정하게 된다. 그리고 솔직하지 못한 사진들은 사진은 커녕 이미지로도 보이지 않으며, 그저 0과 1의 조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덧붙여 장비 욕심 부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해결하자 주의이다. 사진은 사람이 찍는 것이지, 장비가 찍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종 수단에 불과한 장비에 먹혀버려 돈 바른 사진들을 보곤 하는데, 뭐 그건 찍은 사람의 취향일테니 나와 상관 없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다만, 여지껏 dslr은 남동생의 카메라를 빌려서 썼는데, 이번에 출국하면서 인간적으로 이 카메라를 가져갈 수가 없어, 새로 사야하는 상황.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호주에 가서 canon 6d에 24-70렌즈를 장만하기로 했다. 크롭바디와 풀프레임 바디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가, 아예 후회도 아쉬움도 없게 풀프레임으로 구입하기로. 크롭바디를 산다면 나중에 언젠가 풀프레임으로 기변할테고, 바디는 둘째치고 렌즈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된다면 단렌즈 하나, 광각렌즈 하나 이렇게 구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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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돌아다니게 될 세 곳에서 어떤 사진을 찍을까... 고민한다고 위에 썼는데, 동경 생활을 비추어 보고, 한국에서의 생활도 같이 넣어서 생각해 보았을 때... 뭐 그때그때 달라지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남기고 싶다'가 역시 가장 크다.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도 그리워지면 꺼내볼 수 있는 사진들을 찍고 싶다. 동경에서 4년을 보냈음에도 제대로 된 기록,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얼마나 속상하고 아쉬운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어떤 사진을 찍든... 솔직하게 찍어가고 싶다. 가슴을 울리는 보도사진이나 멋진 여행사진은 찍지 못하겠지만, 다시 봤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이 전해져오는 사진을 찍고 싶다. 나만이라도 느낄 수 있는.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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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틀 선샤인
감독 발레리 페리스,조나단 데이톤 (2006 / 미국)
출연 그렉 키니어,토니 콜렛,스티브 카렐,폴 다노,아비게일 브레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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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지같은 주말이 다 있나.


많은 영화팬들의 추천이 있어서 본 영화. 보고 나서 바로 썼어야 했는데 나의 실수.
정말 그지같은 주말이다. 너무 많은 일들이 이 가족에게 닥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이 가족.
가족의 사랑, 모두가 대놓고 표현을 안하고, 각자의 표현 방법 조차도 다 다르지만, 그 마음은 모두가 그 크기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재밌게 봤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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