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라이프(Still Life, 2013)
가끔보는영화 2014. 7. 9. 1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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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에 대한 스포있음
혼자 사는 것이 두렵거나 외롭진 않다. 다만 삶을 혼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 역시 가능한 동반자를 찾아, 서로가 서로의 삶 속에 녹아들며 그렇게 살고 싶다. 그 이유는 혼자 사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나는 결국 혼자 삶을 보내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은 아플 때가 가장 서럽다는데, 서러운 마음보다는 내가 아팠을 때 생기는 포기비용들이 먼저 생각났다. 알바를 아프다고 쉬게 되면 내가 빠진 만큼 누군가 나의 자리를 채워야하고, 때문에 벌 수 있을 돈도 못 벌고 등등... 유학은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아플 때 서럽다는 건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서러웠다기 보다는 혼자라는 것이 슬퍼질 때는, 술 한 잔 가볍게 하고 싶은데 불러낼 친구가 없을 때였다. 그땐 '아- 한국에선 이랬는데-'라며 한국의 친구들을 그리워했지만, 정작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 '아- 일본에선 그랬는데-'라며 일본의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한 번 외국이든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사는 사람들은 완전히 풍족해 질 수 없는, 결국 언제나 반쪽 인간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나는 외로운 것을 잘 느끼지 않는 타입이지만, 애정결핍인 부분도 있어, 외로움과 베스트프렌드를 하고 싶진 않다. 나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 정확하게 말하면 홀로, 외롭게 죽고 싶지 않다.
20대 후반이 되어서 비로소 '죽음'과 '끝이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서른이 되어 처음으로 친족과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겪으며, 죽음은 결국 항상 내 곁에, 내가 사는 동안 같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 분 일 초, 하루 하루의 시간을 보내며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결국, 탄생과 죽음이라는 긴 줄로 보면, 나이가 들며 살아간다는 것은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한국은 매장문화에서 비싼 땅값으로 인해 화장문화로 급격히 바뀌고 있고, 외국과 같은 묘비명은 쓰지 않는 문화이지만, 만약 나의 무덤 앞에 묘비명을 쓴다면, 적어도 내 뼈가 갈려 담긴 항아리에 글씨를 새긴다면 어떻게 새길까......를 나는 종종 고민해보곤 한다. 그것이 어떤 삶을 살아갈까-와도 연관되는 것 같아서. 최근엔 "한 평생, 잘 살다 간다"라고 쓰고 싶어진 것도 사실이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사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생각한 것인데, 할머니는 최근 2~30년 동안은 할머니의 친구, 지인을 먼저 보내고, 가족 외의 할머니의 삶 속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 없이, 혼자 살아오셨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모이는 사람들도, 할머니와의 추억이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자식들의 친구, 지인인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는 누가 올까. 할머니처럼 오래 살 것 같진 않으니까 궁금해진다. (사실 나는 장례식에 음악을 틀고 싶어서 미리 살면서 리스트를 꼽아놓아둘까- 하는데, 부디 이루어지길 바란다.)
결국 장례식은, 떠나는 자와 남아 살아가는 자가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자리인 것 같다. 혼자 쓸쓸히 배웅해주는 사람도 없이, 묻혀버리는 것은 외로울 것만 같다. 많은 사람이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는 것보다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와줬으면 좋겠다.
영화의 결말이 인상적이다. 비록 가는 길을 배웅해주는 사람은 없어도, 살면서 타인에게 베풀어 온 것들이 되돌아오듯, 많은 이들이 마중을 나온다. 죽음 이후 역시 여전히 삶의 연장선인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배웅을 받고, 소중한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준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한 평생 잘 살다 간다-고 말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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