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감독 왕가위 (1994 / 홍콩)
출연 양조위,왕비,임청하,금성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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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영화이고, 개봉 당시 왕가위/양조위/금성무 등의 캐스팅과 함께 The Mamas & the Papas의 'California Dreaming'에 맞춰 왕비(당시 왕정문)가 춤추는 씬도 상당히 화제였다. 

이별을 겪은 두 남자의 이야기..인가?
두 경찰 모두 하나의 사랑이 떠나고, 그 이별을 받아들이고 이별과 헤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인다. 세상 모든 일엔 적시適時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좀 더 일찍, 20대 초반 쯤에 봤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금성무는 90년대 일본의 순정만화 남자주인공들과 똑같이 생겼다. 아마 많은 만화들의 모델이 되었을 터이다. (나이가 들면서 타케노우치 유타카와 닮아가는 느낌이 든다) 
양조위는 배우를 안 했다면 뭘 했을까? 라는 가정을 했을 때 배우 외의 다른 직업은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천상배우'라 생각된다. 특히 그가 가진 깊은 마스크와 타고난 눈빛이.

94년이면 아직 홍콩은 영국령이었고, 1997년 영국의 반환을 눈 앞에 두고 있던 시점. 처음에 금성무가 쓰는 말이 중국표준어(보통화)가 아니었는데, 아마 홍콩말인 광동어?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씬에서 금성무가 광동어, 일본어, 영어, 북경어 순으로 파인애플을 좋아하냐고 묻자 '북경어가 가장 낫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내가 90년대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90년대에 성장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무척 좋아한다. 그 시대에 내가 어른이 아니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시기와 내가 성장한 시기 모두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나는 너무 어렸고,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에(여동생은 이런 나를 '세상을 잘 모른다, 너무 순진하다'라고 말한다), 세상에 동화되어 즐기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영화, 음악, 도서... 나도 그것들에 조금 마음을 열어, 즐겼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만큼 90년대의 컨텐츠들은 지금의 것들보다 조금 서툴지만 한참 솔직하고, 생동감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 이고. 그것과는 반대로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2000년대의, 나의 20대를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

여러모로 나의 인생이 괜히 아쉬워지는 영화이다.

매 씬의 프레임?이라고 해야하나, 화면구성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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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그대가꽃이다시들한내삶에선사하는찬란하고짜릿한축제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손미나 (웅진지식하우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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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씨는 내가 꽤 좋아하던 방송인이었다. 내가 '도전 골든벨'에 출연하는 학생들과 같은 나이대였을 무렵 골든벨의 사회자였고, 이후 KBS를 퇴사하여 프리랜서 방송인이 아닌 여행작가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수 많은 여행에세이들의 그 특유의 '몇 시 몇 분 기차를 타고 어디로 떠나, 우연히 외국인인 누구를 만나~농담을 나누고~'식의 서술과 담담한 감성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파리 생활기'였던 이 책은 손미나 씨가 파리에서 지내며 자신이 느꼈던 파리, 프랑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해외생활기의 '모범'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있었던 일들의 나열이 아닌,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수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썼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부러움을 느낀 부분은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파리에서의 장기 체류와 다른 지역 여행이 가능했던 아마 그녀가 모아두었을 자금(!)이 아닐까. 어느 나라에서 체류하든 하루살이일 내겐 그저 부러울 뿐이다. 파리에선 누구나 모이면 세상 이야기를 한다는 부분에서 파리가 내게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침 세상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끼고 있었을 때였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는 프랑스에서,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런던, 뉴욕과 함께 살인적인 생활비로 유명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의 알프스 스키장에 다녀온 이야기는 일반 여행에세이들의 위에 적은 서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영 읽히지 않아 마구 대충 넘겼더니 책의 마무리를 제대로 못 느낀 것 같다.  

꽤 재밌게 읽어, 이전 저서인 스페인 유학생활기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잠깐 보았는데, 스페인편은 좋아하지 않는 그 여행에세이의 서술방식인 듯 해서 바로 놓고 말았지만, 다음에 다시 서점에 가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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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감독 브라이언 싱어 (2014 / 미국)
출연 휴 잭맨,제임스 맥어보이,마이클 패스벤더,패트릭 스튜어트,이안 맥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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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28

하도 재밌다는 평을 많이 봐서 예정에 없던 엑스맨을 관람!
와아..!! 재밌었다. 영웅물(특히 미국 영웅들)엔 정말 관심이 없는데 쫠귓하게 만들었구나.

이전 작들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같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얼핏, 아니 이제 전쟁이 끝나면 시리즈도 끝난 것인가? 싶었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죽었던 캐릭터들을 모두 살려냈으니, 영원히 찍겠구만.. 싶더라. 휴잭맨은 유일하게 본 시리즈의 전前편(아마 1편)보다 많이.... 늙었다. 이제 힘겨워 보였어ㅠㅜ

인상적인 부분은 피터(퀵실버?)가 로건(울버린)과 찰스(교수님)의 요청으로 에릭(매그니토)를 펜타곤에서 데리고 나가면서 시간을 멈춰 경찰관들에게 장난치는 장면의 연출이다.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음에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었다.

엘렌 페이지는 언제나, 늘 매력 없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여기서도 매력 없는 배우라고 느꼈다.

가볍게 재밌게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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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중국으로 피신, 판빙빙의 출연 등을 보면 이젠 정말 중국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없구나- 싶을 정도이다.
2000년대에는 드라마, 영화 산업에 일본 자본이 들어가 있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본인 캐릭터가 들어가 있었는데(최고봉은 드라마 'HEROES'. 일본인 캐릭터, 이용하는 자동차는 언제나 닛산), 2010년대는 일본 대신 중국이 등장한다. 2011년 지진 이후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한풀 꺾이기도 했고, 이제 중국의 경제규모가 일본을 넘어서 세계 2위에 자리하고 일본은 3위로 밀려났단다. 
작년에 봤던 헐리우드 로봇물이었던 <퍼시픽림>같은 경우에도 대놓고 중국이 엄청 투자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헐리우드 영화에 그렇게 한자가 많이 등장하는 건 처음 봤다). 영화 속에서 외식은 많은 수가 '스시'였지만, 이젠 꽤 '차이니스 레스토랑'도 등장. 심지어 같은 날 본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인 <그녀>에도 중국 자본이 들어가있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지만, 글쎄..... 50년 안엔 판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가 중요한 건 미국 때문이 아니라 영국의 제국주의 시절 때문인 거고. 앞으로는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만 하면 세계 어디서 살든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미국-중국...을 생각하니 그 고래들 사이에 낀 새우같은 나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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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Her, 2013)

가끔보는영화 2014. 5. 29. 01:16 |
그녀
감독 스파이크 존즈 (2013 / 미국)
출연 호아킨 피닉스,스칼렛 요한슨,루니 마라,에이미 아담스,올리비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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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28
-현재 극장 상영작으로, 스포있음. 주의-


나는 이 영화를 사랑의 관점에서 보지는 못했다. 깊은 사랑과 온 몸이 찢어질 듯한 이별의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내가 이 영화를 사랑의 관점으로 보기엔 나의 인생 내공은 아직 그리 쌓이지 않았다. 때문에 내게 이 영화를 완전히 느끼는 것은 아직 큰 무리가 있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영화에서 나타내고 있는 연인 사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소통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아무래도 미래사회인 듯 했고.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필해주는 사람이다. 왜 사람들이 직접 편지를 쓰지 않고, 편지를 대필 업체에 맡겨서 보내는지 모르겠다. 부부, 연인, 가족... 심지어 단골손님은 시간의 단위가 십 년단위일 정도로 오랫동안 테오도르가 누군가 두 사람의 사이에서 대신 마음을 전해주고 있다. 어쩌면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하는 것이 힘든 사회가 된 것은 아닐까. 그 편지를 받는 사람도, 그 편지를 읽는 동료도, 출판사 관계자도 모두 감동을 받는다. 무엇에 감동을 받는 것일까. 그것은 그냥 보내는 사람(의뢰인)의 마음이 들어가지 않았고, 쓴 사람(테오도르)의 마음 역시 들어가지 않은, 그저 꾸며써낸 대필 편지일 뿐인데 말이다.

거리와 지하철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에 작은 이어폰을 꼽고 있다.(이것은 어쩌면 수 년 후의 우리 생활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재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단순히 화면을 띄우는 정도만 역할을 하고, 귀에 들어간 작은 기계에 명령하는 것들이 마치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손가락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들은 귀에 꽂은 기계를 통해 귀로 들리고 있고. 영화 속의 많은 사람들은 이 기계를 이용하여 손을 움직이지 않고 메일을 체크하고, 뉴스를 검토한다. 눈을 마주치는 일 조차도 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일 조차도 없이, 어딜 바라보는지 짐작도 안 될 정도로 시선을 어딘가로 버려버리고(전철에서. 물론 걸을 땐 앞을 본다), 귀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집중한다. 마치 현재의 헤드폰,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과 같다. 그렇게 타인과 스쳐지나가는 공공의 장소에서도 자신만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 성장하였고, 사랑하여 결혼한 부인 캐서린과 이혼 조정+별거 중인 테오도르는 새로 구입한 인공지능 사만다와 감정을 교류하기 시작, 급기야 사랑에 빠진다. 아주 사소한 문제로 다투게 되어 결혼 생활 8년의 종지부를 찍은 오랜 단짝 친구 에이미는 이혼의 슬픔을 인공지능 친구에게 위로받는다. 그녀와 많이 달랐던 그녀의 남편은 6개월동안 티벳(아마)으로 묵언수행을 떠나버린다. 성공한 능력자로,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었던 캐서린은 자신에겐 우울증 약을 권하더니 이제는 인공지능과 사귄다는 남편에게 왠지 모를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낀다. 

에이미와 남편은 서로간의 이해와 소통의 부재로 헤어졌고, 남편은 급기야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겠다고 떠나버린다. 캐서린과 테오도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밀어부쳤던 것이 원인이 되었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각자의 너무나도 다른 상황에 처해있었고, 그 갭은 점점 커져만 갔다(테오도르에게는 사만다 하나 뿐인데 사만다에겐 8천명이 넘는 대화상대가 있었고,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사랑하는 641명 중 한 명일 뿐이었고). 사만다의 성관계 대리역을 자처하였던 이자벨라는 두 사람의 순수한 관계 속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 그녀의 관계와 그녀가 느끼는 사회에 순수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배경과 내용들이 나타내는 것은...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 사이를 매꿔주는 무언가...에서 느껴지는 영화 속의 사회는 무척이나 건조한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소통하지도 않고, 오래 사랑한 사람들끼리도 소통은 무척이나 어려우며, 실재하지 않는 존재에게 위로 받는다. 근데 이렇게 써놓고보니 지금과 크게 다를 것 없긴 하다. 아마, 영화에서 보여준 사회는 가까운 미래의 우리 사회가 될 것만 같다.

테오도르도 사만다도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비로소 사랑하는 법,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 사랑을 나누는 과정, 사랑이 멀어지고 떠나가는 과정을 사만다의 목소리를 통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스칼렛 요한슨은 참 예쁘지만 그저 그런 연기의 얼굴(과 몸)만 예쁜 배우...라는 느낌을 갖고 있던 배우였는데, 사만다의 목소리 역할을 참 잘 소화해낸 것 같다.


세상일이 마음대로 된다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생각하는 대로 잘 굴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은 개개인이 모두 각자 다르고, 서로가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들도 모두 다르니, 관계를 맺는다는 것 자체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고,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고, 거리를 두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그러고보니 마치 동물을 두려워하는 내가 언제나 그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다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끊임없이 직접 부딛혀 보는 수 밖에. 기쁨도 행복도 두려움도 아픔도 모두 감내하며, 경험을 통해 성장해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우리의 삶의 숙명처럼 느껴진다. 


중간에 아시아스러운 곳이 나왔고, 나중에 엔딩크레딧을 보니 상하이인듯 했다. 중국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헐리우드 영화는 찾아보기 힘든 것인가. 


전체적인 색감과 배경음악이 인상적이었다.
한 번 더 봐야 할 정도로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듯 하여 횡설수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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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미국인
감독 빈센트 미넬리 (1951 / 미국)
출연 진 켈리,레슬리 카론,오스카 레번트,조지 게터리,니나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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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중의 고전.
오래된 파리가 나온다.

진 캘리의 춤은... 참 인상적이었다. 춤에서 비싼 돈을 들인 레슨의 냄새가 아닌 땀 범벅의 삶의 냄새가 느껴졌다. 그가 평생 어떻게 춤을 춰왔는지 모든 씬에서 그의 발과 몸이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노래도 잘해!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이라니!

피아니스트 친구로 나오는 오스카 레번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연주회에서 피아노 실력을 뽐내는 장면 역시 좋았다. 다른 파트 연주자, 지휘자에 레번의 얼굴이 들어가는 연출은 레번이 맡은 역할이나 레번이라는 인물 자체의 위트를 살리는 감초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은 별다른 게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특기를 뽐내는 시간들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파리-
나 역시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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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홍콩
감독 종주가 (2011 / 홍콩)
출연 증지위,양가휘,오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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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3

이렇게 보고서 아무 것도 쓰지 않을 만큼 남는 게 없는 영화도 드물다.
단순한 가족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면서 지나친 성적 농담 등에서 불쾌함이 느껴지는 미국 코미디와는 다르게,
중국 코미디인 만큼 그래도 양반이네- 란 생각은 들었다
중국 코미디 특유의 오버스러움은 넘길 수 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한 아파트에서 오래 살며 서로 오랫동안 이웃사촌이 되어왔다
우리 집도 한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고, 
우리가 20년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가고 많은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인생 그런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 점점 가까워지고, 떠나면 점점 멀어지고.
그리고 떨어져 있음에도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

중국인들의 마인드인가? 물론 도시 사람들은 어느 나라든 죄다 깍쟁이들이긴 하지만.
영화 속의 중국인들에게서 먹고 사는 것에 있어서의 팍팍함과, 삶에서의 여유나 넉살이 동시에 느껴진다

아, 그리고 본격 홍콩 영업 영화.
홍콩은 두 가지 면이 있다고 들었다
한 쪽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가는 화려한 면, 다른 한 쪽은 서민들이 사는 약간은 낙후된 면.
나는 전자의 화려한 홍콩은 관심이 없고 오히려 홍콩의 맨얼굴을 보고 싶어서인지, 홍콩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재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 작화된 것이긴 하겠지만.

시리즈로 있는 듯 하다
눈에 띄면 함 봐바야지.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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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
감독 이호재 (2013 / 한국)
출연 이호재,이현학,하승엽,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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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9

영화 속의 네 남자에게 부러움을 느낀 것은, 그들에게 '청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은, 끊임없이 창작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다는 점. 어쩌면 영화를 보기 전에 접한 그들이 한예종의 학생들이라는 것에서 오는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유럽에 있는 동안 30여 편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에게 30개의 동영상을 모두 다르게 제작하라고 하면 나 같은 사람들은 2~3번 째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무기로 삼아 '공짜'로 먹고 자는 모습은 누군가에겐 근사한 일로 보이겠지만, 나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었을 그들이 고단해보였다.
(그리고 무슨 먹여주고 재워주는 데에 남자 4명이 모두 10~12시간을 일해야 하나? 도대체 그 동네 시급은 얼마고, 4인실의 하루 숙박료는 얼마길래.) 

어려서, 남자여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처럼 야산에서 텐트로 노숙이 가능한 여성이 세계적으로 몇 명이나 될까.
자전거에, 바이크에 텐트를 싣고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들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은 체력적으로 남성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긴 시간 움직이기만 하는 생활을 견디기도 힘들고, 한 달의 한 번의 신체적 변화 등으로 위생을 내팽겨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먼저 떠난 누나 형들과는 다르게, 이 4명이 순수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아직은 어려서 세상 속에서 몸사려야 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게 청춘은 있었는가, 있었다면 30대가 시작된 지금, 남아는있는가... 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내 안의 나는 답한다, '음... 그렇지 않아? 그랬던 거 아니야?'
 
내게 남은 아주 작은 청춘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계속 부채질을 해서 크게 크게 키워야지.
자기 삶을 사는 데엔 나이, 출신, 전공, 돈, 아무 것도 상관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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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일까요?
감독 나이젤 콜 (2005 / 미국)
출연 애쉬튼 커쳐,아만다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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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영화 마음에 안 든다
알콩달콩이라는 걸 알면서도 본 내가 잘못이지.....
연애하고 싶잖아... 

애쉬튼 커쳐 나오는 영화는 아마 <나비효과>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스캔들의 주인공이고, 옛날에 위성 방송에서 본 방송..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몰래 카메라 같은 방송이었는데. 그 정도?
머리 긴 건 별로였지만 자르니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인물이 훤해지네.

두 사람이 이루어진 것도 좋지만, 나는 그 이전의 친구와 연인 사이의 뭔가 애매한 관계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OST도 좋음. 애쉬튼 커쳐가 생각보다 노래를 잘 하더라.
본조비의 I'll be there for you를 부르는데 멋있었어...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코미디<<<로맨틱인 영화. 그래서 더 좋음. 지저분한 코미디 없어서.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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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6

디태치먼트
감독 토니 케이 (2011 / 미국)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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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했지만, 내가 만약 아이를 갖게 되게 된다면, 그리고 한국에서 키우게 된다면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시킬 것이다. 나는 한국의 12년 교육과정인 초등, 중등교육의 공교육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이, 학교가, 사회가 알아야 할 것들, 배워야 할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 '학교'는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교육하는 기능은 잃은 지 오래이다.

나는 현대 사회에서 학교라는 '공간'이자 작은 사회는, 각 나라의 현재의 시스템에서 필요한, 그리고 이 시스템에 적응하고 어울리는 사람들을 양성 혹은 만들어내는, 찍어내는 공장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라는 곳에서의 사회화를 통하여 이 시스템에 맞는 사람들로 길러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미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비교와 경쟁을 가르친다. 학교에서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더라도 학교가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이 그러하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부모가 비교와 경쟁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물들기 마련이다. 나는 나의 아이가 어린 나이에 비교와 경쟁만큼은 겪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나의 어린 시절은 자다가도 이불을 차버리고 싶을 정도로 개념도 생각도 철도, 즉 머릿 속에 들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아이였다. 언제까지?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대학을 중퇴할 때까지. 개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시작한 사회생활 시기였고, 내가 비로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에 가서 자립하기 시작한 23세부터이다. 2007년이니, 나의 대학 동기들이 이미 졸업했을 시기이다. 내가 정신적 성장이 더뎠던 이유는, 나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 했기 때문이다. 부모는 가르쳤으나 모든 교육을 사교육에 의존했고(울 엄마 아빠를 씹자고 하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기본적인 예절이나 상식들, 어떻게 생각해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난欄처럼 부모가 키운 것보다는 척박한 땅에서 잡초처럼 스스로 자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교육 만큼이나 불신하는 것이, 어쩌면 공교육보다 더 불신하는 것이 바로 사교육이다. 나는 사교육의 찌꺼기들이 뭉쳐진 암덩어리 같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해 길러진 사람이다. 내가 불신하는 이유는, 위에서도 적었듯, 자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돈은 돈대로 들어가지만, 내가 배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교육도 종류가 있다. 학교 과목 공부를 하는 학원과 예체능을 배우는 학원들. 나의 편식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는 배울 당시에 잘 흡수 되었던 것에 비해, 전자는 전혀 흡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의 아이가-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혹은 반대로 아예 이탈해버린 사람이 아닌, 그저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나는 나의 아이가 깊게 혹은 철학적으로 생각할 줄 알며, 넓게 볼 줄 알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또한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자신은 존중받을 줄 알고, 그만큼 타인을 존중할 줄 알며, 더불어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자신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과 의무를 갖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가치와 돈을 대하는 방법, 정직하게 돈을 버는 법, 올바르게 돈을 쓰는 방법을 익히길 원한다. 그리고 이 사회의 타인들처럼 돈에 먹히지 않고, 어느 시스템, 어느 환경에서든 스스로를 잃지 않으며, 스스로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것은 한국의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고 있으며, 시스템상 제대로 된 교육은 하지도 못하며, 결국 부모인 내가 가르쳐 주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나와 아이의 끊임없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본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
드디어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부모의 교육, 학교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그리고 삶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다. 

외로운 학생이다. 자리는 창가 맨 끝자리. 급우들에게는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점심은 화장실에서 혼자 꾸역 꾸역 먹는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 생각하는 것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가족에게 자신을 부정당하고, 마음을 연 선생님에게 거절당한다.
안타까운 부부다. 관계 개선을 위해 남편은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아내는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차, 그것을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결국 남편도 개선하기를 포기, 아내는 뒤늦게 슬퍼한다.
매말라버린 가정이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도 부인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아들은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다.
학생들은 대책 없다. 전혀 '사회화'가 되지 않은 들짐승과 같다. 학부형들은 자식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 항의하는 꼴이 마치 자식들을 보호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는지 학부형 모임에 학교를 찾는 학부형은 한 명도 없다. 
선생들은 학교를 떠난다. 사직이든 자살이든. 혹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거나.

주인공 헨리는 관계가 서툰 사람이다. 아빠는 어릴 때 엄마와 자신을 버렸고, 외할아버지와 함께 셋이서 살던 중, 엄마는 7살 때 자살한다. 이후 할아버지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요양원에 들어갔고, 성장하여 선생이 되었는데, 어쩌면 엄마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되어,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이 서툴어, 모두가 인정하는 유능한 교사이지만, 정식 교사는 거절하며 기간제 교사만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버스에서 우연히 한 정신 나간 것 같은 여자 아이 에리카를 만난다. 보호자도 집도 없어 보인다. 함께 지내지만 육체적 관계는 없다. 그저 그도 그녀도 한 공간에 같이 살 뿐이다. 헨리는 자신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여 기다리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청소년 보호소에 보내기로 결심한다. 학교에서의 외로운 학생의 자살 사건 이후, 그는 그녀를 찾아간다. 그에게 그녀는 가족같은 존재이든, 연인같은 존재이든, 그의 삶에 타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사람과 세상에 쌓고 있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헨리는 말한다. '아이를 갖기 전에 부모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나 역시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고, 최소한 스스로 깊게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부모의 가르침이 아이에게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는 것은 만 36개월까지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미운 4살이라고 하는데, 그쯤 되면 아이가 자기 주장과 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 3년 정도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부모의 가르침에 따르기 보다는 '스스로 자란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되면 부모는 가르치는 것보다는 '인도'해 주어야 한다. 스스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 이렇게 자라야 해 라고 압박을 가하며 아이들의 삶을 부모 자신의 뜻대로 규정하려 한다면 자식들의 반발이 있는 것은 당연할 테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볼 여유는 커녕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가져보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영화 속에서도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성적 제일주의의 교육 시스템, 망가져가는 선생님들.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긍심? 책임감? 아니면 자신의 밥벌이 수단? IMF이후 인기가 급상승한 직업이 바로 교사와 공무원이다. 짤리지 않는다는 안정성과 높은 연금으로 해결되는 노후 대책. 그 결과 자리는 없는데 지원자는 많다. 이제는 기간제 교사라는 단기 계약직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이용해먹는다. 빈자리가 나지 않아 공부한 만큼의 성과가 아닌 이젠 '운'이 승패를 가리는 시험이 되어버린 임용고시만 바라보는 교직 희망자들은 자신이 왜 선생이 되려고 하는지, 교사로서, 교육자로서의 마인드는 가지고는 있는지... 

공부를 잘 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교육의 목적도 아니고. 인간이 타인에게 행하는 교육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생겼으며, 인간이 학교라는 교육 시설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자식간의, 학교-학생간의 '교육'이 무엇인지 원초적인 것부터 생각해보고 바뀌어야 할 부분은 고통이 있더라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누가 자신이 아픈 것을 참으려 하겠는가. 그저 아픔을 참고 썩은 피를 빼내지 않은 고름은 썩어들어가 자신을 잡아먹을 뿐이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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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제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87 / 프랑스,중국,영국,이탈리아)
출연 존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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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왕족이 존재하는 나라들이 있다. 그들(특히 영국 왕실과 일본 황실)을 보면 저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삶이 정해진 것이겠지, 자신의 의지와 소망으로 무언가 하거나 이루려는 어떠한 노력들이 저들에겐 허락된 것일까.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지만, 그들은 변화시킬 수도 없는 자신들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는 쓸 데 없는 걱정. 

중국의 어린 마지막 황제도, 조선의 젊은 마지막 왕도, 일본의 젊은 황제도, 모두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싶어했다. 그만큼 자신들의 오래된 '전통'이라 불리는 것들을 유지하기엔 그들은 젊었다. 어린 나이에 즉위했으며, 어느 정도 나이가 찰 때까지 섭정이 있었다. 아마 이전 세대의 옛스러움이 그들에게는 갑갑하게 느껴졌을테다. 만약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세력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던 시기에 극동 아시아의 세 군주들이 60대 이상의 나이였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졌을 것 같다. 어렸기 때문에 약했고, 신구 세력에 휘둘린 면도 있었으리라.

이 세 나라 중 지난 100~150년 동안 가장 심한 변화를 겪은 나라는 어디일까.
청 멸망, 신해혁명, 국공합작, 중일전쟁, 문화대혁명, 신문화운동, 천안문사건 등등의 중국.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멸망, 일본의 식민지, 광복과 동시에 분열,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유신정권, 민주화 항쟁, IMF 경제위기, 혼란 속의 대국민분열(!)의 한국.
세계 제2차대전, 원자폭탄 두 방, 버블 경제 붕괴, 경제침체, 쓰나미&방사능의 일본.

나는 사실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삶에 연민을 느낀다.  
3살, 지금의 사랑이 정도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다는 단순히 눈 앞의 움직이는 것들과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나이에 황제가 되었고 부모와 생이별을 한다. 얼마 안 있어 신해혁명으로 퇴위되고, 자금성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다. 쫓겨날 때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자금성 밖의 세상을 마주 본 적이 없다. 죽은 어미를 만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외치는 문을 열라Open the door는 대사는 그가 평생토록 원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후 만주국의 왕이 되고, 일본에게 놀아나고, 전범이 되어 교도소 생활, 10년 복역 후 사면되어 식물원 정원사. 서양 문물에 관심이 많고 옥스포드 대학에 가고 싶다던 그는 아시아를 떠난 적이 없는 듯 하다. 
자금성에서 살던 그는 사라진 청 왕조처럼 뒤돌아보니 사라져 버렸다. 내가 살던 곳에 돈 주고 들어가고, 내가 앉던 의자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써있고. 너무 어린 나이 때부터 세상의 변화에 희생된 것.. 같다고 느끼면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 너무나도 아팠을 세상의 변화, 내리막길만 존재하는(이라고 함부로 단정지을 순 없지만) 삶과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삶- 나라면 과연 받아들이고 순응할 수 있었을까. 지금 이 작은 삶 조차도 운영하기 힘든데 말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푸이의 스승이었던 레지널드 존스톤과 푸이의 자서전, 푸이의 동생 푸제가 조언을 했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이나 한국이 아닌 오히려 제3의 나라의 시각에서 제작된 것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은 보이는 듯 하다. 일본쪽에선 꽤 불편해 할지도 모르지만, 그 부분은 일본이 참아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이니까.

영상 기가 막힌다. 즉위식 재현도 멋있고, 시대별 의상의 변화도 좋았고, 영상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영화에 푸욱 빠지기 좋을 정도였다.

긴 상영시간 만큼 생각도 많아지는 영화이지만 새벽 2시가 다 되어가기 때문에.
몇 번 더 보고 싶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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