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클럽
감독 스티븐 실버 (2010 / 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
출연 라이언 필립,테일러 키취,닐스 반 자스벨드,프랭크 라우텐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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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며 마지막 두 학기 동안 들었던 사진 수업에선 기말고사가 가까워질 즈음에 '사진과 윤리'에 대한 주제로 강의가 있었다. 늘 등장하는 것은 케빈 카터의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독수리와 소녀'. 이 사진을 찍은 후 비난을 받고, 케빈 카터는 3개월 후 자살한다. 그리고 함께 보는 사진은 일본인 종군사진기자가 취재 도중 총에 맞은 채 죽는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사진. 이 사진 역시 동료 사진가가 찍었다. 찍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사진과 생명을 구하는 일,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교수님은 이에 대해 '사진을 찍는다'라고 자신이 내린 답을 말하였다. 이성이 상황을 판단하기 전에 손가락이 눌리도록 훈련이 되어있다고. 

학교에서 수강했던 두 번째 사진 수업인 <보도사진론> 수업이 힘들었던 것은, 언론정보학부의 고학년 전공 과목이었는데 나는 해당 전공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타과생이었다는 것. 사진 속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언론정보 전공 학생들이 대단해 보였다. 사진 한 장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었던 다른 학생들의 사진들을 보면서, 이건 촬영 기술의 부족함을 넘어 작게는 관심사가 다르고,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 재능이 나같은 머글과 비교했을 때 아예 넘사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따라가지 못하는 내게 교수님은 말하셨다. "파인아트 쪽 하고 싶어하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 수업은 보도사진론이다. 지난 학기(교양) 수업이었다면 칭찬받았을 사진들이겠지만, 이번 학기는 교양이 아니라 보도사진론이다." 다행히- 학기가 끝나자마자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연습은 힘들어야 연습이고, 에라이 모르겠다 식으로 여기 저기 부딛혀서 마구마구 찍어대던 고난의 학기중과 다르게 편하게 찍다보니 더 이상의 레벨업은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그 화면이 기가 막힌다. 많은 영화들이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하지만, 유난히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영상이라기 보다는 사진들을 이어서 만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가의 윤리에 대해 대답을 낼 순 없지만, 아마 나는 그들의 직업의식에 손을 들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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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휴대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주 쉽고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필름을 카메라에 셔터를 누르던 시절은 존재하는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제는 아주 쉽게 순간을 저장한다.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 더 이상 사진은 장비를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심지어 취미도 안 되는 정도로 끄느적 거리는 나도 카메라를 수 대를 소유하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생긴 취미긴 하지만, 일본에서도 꽤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 생활이 아쉬운 이유는, 삶에 치이고 쩌들어 내가 좋아하는 모습들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고, 앞으로 세 나라를 돌아다니기 시작할 나는, 어떻게 찍어야 할까- 라고 자주 고민을 한다.

내가 찍는 사진들은 남듦의 취향과 기호와는 많이 멀다. 내 사진을 나만 좋아한다는 것도 안다. 나는 정말 괜찮게 잘 찍었다고 생각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공감해주지 못한다. 잘 가는 커뮤니티의 사진 게시판에서는, '음식, 외국, 스압'이 조회수도 댓글도 추천도 많은 게시물들이고, 일상 사진이라면 역시 '감성, 힐링' 코드가 없으면 주목받기 힘들다. 아- 어느 것도 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사진에는 찍는 사람들의 성격, 성향,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기분 등의 것들이 묻어 나온다. 구도, 이후 색, 분위기 보정 등. 내가 보는(!) 내 사진들은 꽤나 저돌적이다. 숙련된 기술로 정돈된 느낌 보다는 아직은 다듬어지기 전인 '나마生'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확실히 초등학교는 졸업한 것 같은데 아직 중학생 정도. 학년은 1~3학년을 왔다 갔다. 그러다보니  그래서 퀄리티도 사진에서 묻어나는 느낌들도 꽤나 들쑥날쑥 하다. 이것이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어 극복해보려고 하지만, 천성인지 잘 안 된다. 차분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찍힌 사진들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어린 여자아이같다.

'이건 이렇게 찍어야 해'라는 카메라 입문서 같은 규칙 아닌 규칙들도 싫다. '꽃은 접사렌즈로 찍어야 하고, 건축물은 웅장하게 광각으로 쫘악 뽑아줘야 하고, 인물은 망원렌즈로 아우포커싱해서 배경을 다 날려버려야 한다'식의 조언을 듣고 있자면, 꽃은 광각으로 찍고 싶어지고, 건축물은 단렌즈로 찍고 싶어진다.(실제로 고양꽃박람회에 가서 꽃 사진을 광각으로 찍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룰과 법칙이 어딨나. 찍고 싶은 대로 찍는 거지. 
다만 나만의 룰은 정해서 찍고 있다. 수평, 수직은 반드시 맞출 것, 셔터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것. 둘 다 지켜지지 않아 결국 포토샵의 힘을 빌리거나 사진을 버리거나 하지만. 그리고, '솔직하게 찍을 것.' 가끔 꾸미고 싶은 마음에 사진에다가 내 욕심을 투영하기도 하는데, 그런 사진들은 결국 저장 없이 처음 원본상태로 돌려 다시 보정하게 된다. 그리고 솔직하지 못한 사진들은 사진은 커녕 이미지로도 보이지 않으며, 그저 0과 1의 조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덧붙여 장비 욕심 부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해결하자 주의이다. 사진은 사람이 찍는 것이지, 장비가 찍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종 수단에 불과한 장비에 먹혀버려 돈 바른 사진들을 보곤 하는데, 뭐 그건 찍은 사람의 취향일테니 나와 상관 없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다만, 여지껏 dslr은 남동생의 카메라를 빌려서 썼는데, 이번에 출국하면서 인간적으로 이 카메라를 가져갈 수가 없어, 새로 사야하는 상황.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호주에 가서 canon 6d에 24-70렌즈를 장만하기로 했다. 크롭바디와 풀프레임 바디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가, 아예 후회도 아쉬움도 없게 풀프레임으로 구입하기로. 크롭바디를 산다면 나중에 언젠가 풀프레임으로 기변할테고, 바디는 둘째치고 렌즈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된다면 단렌즈 하나, 광각렌즈 하나 이렇게 구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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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돌아다니게 될 세 곳에서 어떤 사진을 찍을까... 고민한다고 위에 썼는데, 동경 생활을 비추어 보고, 한국에서의 생활도 같이 넣어서 생각해 보았을 때... 뭐 그때그때 달라지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남기고 싶다'가 역시 가장 크다.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도 그리워지면 꺼내볼 수 있는 사진들을 찍고 싶다. 동경에서 4년을 보냈음에도 제대로 된 기록,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얼마나 속상하고 아쉬운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어떤 사진을 찍든... 솔직하게 찍어가고 싶다. 가슴을 울리는 보도사진이나 멋진 여행사진은 찍지 못하겠지만, 다시 봤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이 전해져오는 사진을 찍고 싶다. 나만이라도 느낄 수 있는.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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