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언덕
감독 홍상수 (2014 / 한국)
출연 카세 료,문소리,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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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나와 맞지 않는 걸로 결론을 냈다.
나는 아직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해할 만큼 인간적으로 성장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았나보다.
나는 이런- 자신들만의 리그 같은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고 해도 나와 감정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뭐 모든 대중에게 맞출 순 없지 않은가, 사람 각자가 취향이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이 영화는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가슴에 까끌한 무언가가 걸린 느낌이었다.

감독은 '날生 것'을 선호하나보다. 줌인아웃은 이전 작품인 <우리 선희>에서도 본(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자유의 언덕이 두 번째이다) 기법인데, <우리 선희>에서는 거부감이 없었지만 <자유의 언덕>에서는 상당히...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9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화면도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듯 하였지만, 내가 그런 한국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것이 마음에 들 리가.

영화에서 모리(카세료 분)는 계속 한 책을 읽는다. 요시다 켄이吉田健一 「時間」(新潮社 1976年、のち講談社文芸文庫/新装版・青土社 2012年)이라는 책의 문고본을 갖고 다니면서 읽는다. 중간에 문소리에게 시간의 틀에 관해서 쓰여진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이 영화의 틀은 그 책에서 언급된 "시간의 틀"이라는 걸 이용할 것이라는 힌트는 준다. 그럼 뭐해 내가 받아먹지를 못하는데^^
영화에서도 시간의 틀은 틀어져있어 시간 배치가 뒤죽박죽이다. 이런 식의 연출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난 그럴 내공이 없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삼청동, 그리고 문소리는 삼청동 초입에 위치한 지유가오카8쵸메自由が丘8丁目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는 걸로 나온다. 몇 번 지나가다가 딱 한 번, <자유의 언덕>을 보신 나비님과 함께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사실 그전까지는 작지만 소리 없이 강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일본 붐에 편승한 가게라고 생각(나는 그 붐을 싫어하니까)했고, 그리고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 없다. 굳이 이 카페를 소재로 한 이유는 모르겠다. 등장인물이자 주인공 모리가 찾아온 한국인 여인인 '권'이 일본에서 좋아하던 곳이라던데, 끼워맞추기 같다.

나는 참 난해한데다가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포인트들도 있는데, 도대체 이 영화의 어디가 좋다고 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여 일반인 평을 검색해보았다. "비영어권 사람들이 영어를 쓰는 게 좋다"라는 평이 있는데, 나는 그런 게 싫어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종일 영어가 나오는 게 싫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싫은 것은, 캐릭터들이다.
어디서 오셨어요? 일? 여행? 으로 시작한 한국식 호구조사가 시작된다.
물론 어느 나라든 외국인에게 이런 식으로 묻는 건 흔한 일이겠지만, 한국은 유독 호구조사 성격을 띄고 있고, 나도 많이 당한지라, 아무리 호구조사가 아니라고 해도 저런 식으로 묻는 건 매우 싫다.
이민우 씨가 맡은 캐릭터는 대놓고 짜증나는 인간이었지. 근데 그런 사람 많이 봤다. 이 나라에 많은데, 내 눈엔 '보통'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문소리 씨의 캐릭터도 별로다. 하룻밤 같이 했는데 "사랑해. 당신도 나 사랑해?"라고 묻는 것도 싫고, 쓰레기 같은 남친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엔 '데이트 할 사람이 있어야 해서'인데, 그냥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스타일로 밖에 안 보인다...(나 너무 삐뚤어진 건가?)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타입의 시끄러운 여자다.

무엇보다도 문소리 씨의 연기가 당황스럽다. 이 분은 원래 이렇게 연기하시나? 사실 문소리 씨의 작품 중 제대로 본 건 <오아시스> 하나. 하지만 여전히 <오아시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여주인공으로 나왔을 때에도 말 그래도 "때아닌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오늘 <자유의 언덕>을 보니 알 것 같다. 영화에 녹아들지 못한다. <오아시스>가 오히려 아주 아주 극단적인 연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건가-싶을 정도로, 생활 연기는 정말 안 어울리는 것 같다(빨간책방의 기자님은 연기가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고 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혼자 무척 튄다.

그 중 왕은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한 '상원'이라는 캐릭터. 아주 매우 싫다. 특히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고 있던 한 여자에게 대하는 태도가 정말 쓰레기같다. 다가갔는데 여자가 차갑게 반응하자 서로 욕하고 난리도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은 한국 특유의 진상들만 모아서 캐릭터로 만든 건가... 왜 굳이 저렇게 하나같이 비호감 진상 캐릭터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짜증나는 캐릭터이다. '모리'도 그걸 다 받아주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내가 아는 보통의 일본인이라면 저런 사람을 그런 식으로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주 아량 넓고 글로벌해서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오케이 오케이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엔.

솔직히 말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러 신촌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트레온까지 올라가는 길에도 이걸 취소해? 말아?라고 고민했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는 다음부터는 그런 내적 갈등이 있을 때엔 과감히 '안 보는 쪽'으로 하자고.
너무 내 취향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나의 돈과 나의 시간이 좀 아까웠다. 굳이 보지 않아도 아쉽지 않았을 영화.
이건 뭐 어디까지나 사람 취향 차이니까. 다만 나와는 안 맞았다. 건진 건 멋있게 나이 들고 있는 카세 료 하나.
요 몇 주 동안 침체되어있던 수다력이 이 영화 덕분에 다시 돌아왔다는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
밀린 감상 써야지.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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