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히 이 영화를 인생영화 중 하나로 꼽고 싶다. 그것은 재미나 만족도를 떠나, 살면서 내 곁에 두고, 가끔 몇 년에 한 번씩 꺼내보고 싶기 때문이다. 재밌다고, 마음에 들었다고 개봉 중에 또 관람하면 재미가 60%가까이 떨어지는 관계로 이 영화는 나중에, 언젠가 다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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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달 후면 징글징글한 한국을 드디어 벗어나, 호주로 떠나는 내게 한 지인이 애정 어린 응원의 한마디를 해줬다. "그따구로 살지마!!!!!!!" 그는 식사+술자리 내내 내게 "꼭 지금 가야하겠어?"라는 말을 했고, 나는 이러이러해서~ 라고 말을 시작해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다행히 왜 이런 말을 하는지, 한국 사람들의 그 흔한 오지랖이 아니라, 자신의 지인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불쾌함은 없었다(오히려 고마웠을 뿐).

나는- 이제는 나에 대해 설명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자유롭고 재밌게 산다며 응원을 보내지만,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며, 이해하려 하지도 않으며, '규격외'의 이상한, 정신 못 차린 사람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이해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도 하지 않으며, 나 역시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도전한(그러나 딱히 노력하지 않은) 한국 사회 적응에 실패했고, 내 안에서 한국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고, 조금 무모하지만 당장 다시 나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이것이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내 인생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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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내 삶을 살기 위해 나의 20대의 10년을 몽땅 통채로 투자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내게 이 영화는 지극히 해피엔딩이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여주기를 두려워했던 프랭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어왔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동지'가 있다. 와- 음악가에게 이보다 더 큰 꿈이 있을까. 음악으로 돈을 번다? 보다 더 크고, 더 이루기 어려운 꿈이 바로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음악할 수 있는 평생의 동료'를 얻는 일일테다. 


나는
22세의 패기와 25세의 열정을 간직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었을 때,
29세의 행동력도 간직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 나는 이 영화 '프랭크'를 봐야지. 나는 존의 눈으로 볼지, 아니면 프랭크와 그의 동료들의 눈으로 볼지, 그 순간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분명 지금부터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한 나 자신이 평가가 될 것 같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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