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2013)

가끔보는영화 2014. 3. 23. 00:52 |

2013/09/20

관상
감독 한재림 (2013 / 한국)
출연 송강호,이정재,백윤식,조정석,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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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쓴 거 긁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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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말 많은 영화 '관상'을 보았다
스포? 라 할 것도 없겠지만 내용 거르지 않고 다 적겠음.

 



수양대군(조선 7대왕 세조)과 김종서의 대립, 
문종의 아들이자 수양대군의 조카인 단종의 즉위와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팩트 위에
'조선 제일의 관상가'라는 픽션을 얹었다
'어린 조카를 밀어내고 피의 숙청을 통해 왕위에 오른 삼촌'이라는 드라마틱한 소재는
이미 수 많은 역사 드라마들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였다

솔직히 딱 보통의 단순한 명절을 겨냥한 오락영화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점에서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딱 내가 생각한 만큼의 영화였는데, 사실 나의 기대치는 평이 꽤 안 좋아 높기는 커녕 많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루즈하다 
1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덕분에, 왕십리에서 22시 50분 경에 영화가 끝나, 나는 막차를 놓치고 구파발 역에서 미아가 되는 경험도 하였고,
러닝타임이 긴 루즈한 영화라면, 오히려 조금 더 콤팩트하게 만들었다면 더 보는 사람들도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는 밋밋했다
요즘 텔레비젼 드라마에서 유행하고 있는 역사 팩션 드라마보다는 그래도 조금 팩트가 더 중시된 느낌이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라는 장르가 갖는 매력을 살리지 못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일본의 드라마들이 텔레비젼 방영 후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상영되는데,
그런 영화들의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의 확장판?!같은 느낌.
(아마 루즈한 연출과 긴 러닝타임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보는 도중에 아주 오래 전 극장에서 본 '왕의 남자'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광해니 뭐니 하는 최근작들은 보지 않았음)

배우들의 연기는 꽤 좋았다
송강호 씨의 연기가 가장 좋았는데, 가장... 영화에 잘 녹아있었다 대단한 배우다
김종서 역의 백윤식 씨도.
김혜수 언니는 솔직히 서김이 언니가 좀 생각났고, 
이정재 씨는 연기력 보다는 본인이 갖고 있는 분위기가 더 비중이 있었던 것 같다(캐스팅을 잘 했음)
관상이라는 시점으로만 봤을 때, 호랑이의 백윤식, 이리의 이정재는 좋은 캐스팅.

욕 많이 먹고 있는 이종석 씨와 다르게, 평이 좋은 조정석 씨는, 
음... 연기를 참 맛깔나게 한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캐릭터는 일단 깝떠는 캐릭터이고, 극 중에서 개그담당이기는 하지만 배우 본인의 애드립인가? 싶은 조금 튀는 부분들은 솔직히 나와는 맞지 않았다(웃긴 것과는 별개로)

문제의 이종석 씨. 드라마 '학교 2013'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나, 이 영화는 그 이전에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종석 씨는 위의 두 드라마를 통해 성장한다는 게 느껴졌는데, 즉, 이 영화는 성장 전이라는 말임. 사극에 맞지 않는 연기톤과 가발과 미백치아가 악평을 받는 이유인데, 보면서 그냥 제발 현대극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극본의 문제인지 연출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송강호 씨와 조정석 씨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극 중 비중과 배우의 이름값은 매치가 되지 않았다
김혜수 씨는 집에 와서 찾아보니 특별출연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여주인공인 줄 알았다
출연자 리스트만 보면 화려한 캐스팅인데, 
오히려 지나친, 과한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배우들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이것이 최선인가? 란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단종이 즉위했을 당시의 나이는 12살,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였는데, 
극 중 배우는 14~15살 정도의 중학생으로 보였다
좀 더 어려보이는 배우를 캐스팅 했다면 
왜 수양대군을 따르고, 왜 관상서에 적혀있는 역적의 특징이 수양대군 얼굴에도 나타나있다는 점(송강호 일행의 조작임)때문에 수양대군이 역모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지 좀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한다(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없었다는 평을 보았음)

하나 더. 수양대군의 주변 인물 묘사가 좀 정신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쑤시고 꾸겨 넣으려다 보니 개연성은 사라지고 러닝타임만 길어지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보니 루즈하기까지 한데,
그래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나...? 라고 생각해보면 딱히 잘 모르겠다는 것이 함정.
관상을 통한 운명론에 관한 이야기인가? 바꾸려 해도 안 바뀜?
하지만 파도 이야기는 좋았다 이게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면 생뚱맞지만.

실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영화 나름의 해석은 없고 그냥 볼거리 제공 정도인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계유정난+관상이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로워 조금 더 공들여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고민 없이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킬링타임용, 명절용으로는 괜찮음. 
큰 재미를 느끼거나, 이 영화 정말 대단하다!를 느끼지는 못 함.
걍 고만고만한 보통의 영화...

사족으로, 개인적으로 영화관(CGV왕십리 IMAX관)에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CGV의 이 깡패수준의 배급과 상영 스케쥴 만들기.
상영관의 약 반 정도를 관상을 상영하고 있었다 
무엇을 볼까-라고 고민하다가 하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관상을 본 케이스.

게다가 늦은 예매로 IMAX관의 두 번째 줄에서 관람은 꽤 신선하였다
배우들의 얼굴이 원래 저렇게 생겼나?ㅋㅋㅋㅋ 싶을 정도로... 참 신선했다
그런 자리는 500원이라도 할인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 하고 그냥 스토리만 듣다 온 것 같다
주변의 관객들 매너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도 않음.
내 왼쪽을 제외한 삼방에서 공격. 옆에선 코 골고, 앞에선 휴대폰, 뒤에선 발로 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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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사학과에 오게 된.. 

모든 것의 시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본 '한명회'(1994, KBS)라는 드라마였다


감독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여인천하, 용의 눈물, 왕의 여자 등의 연출도 맡으셨던 고 김재형 감독님,

주인공 한명회 역은 이덕화 씨,

수양대군, 세조로는 서인석 씨,

단종으로는 정태우 씨(아직도 대중에게 단종으로 기억되는...),

연산군에는 이민우 씨,

연산군의 어머니이자 사약받고 피 토하고 죽은 것으로 유명한 폐비 윤씨에는 장서희 씨....


내가 처음 봤던 건 초반의 10~14회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고,

안방에서 아빠가 보는 걸 우연히 같이 쭈그리고 앉아 보다가 완전히 빠져버렸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연산군.. 

으로 이어지는 라인에 애착이 좀 있는데,

그래서인지 영화 자체내 개연성을 많이 따진 것 같다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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