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5

슬럼독 밀리어네어
감독 대니 보일 (2008 / 영국)
출연 데브 파텔,프리다 핀토,아닐 카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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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발리우드의 영화를 좋아한다

<신부와 편 견>이나 <세 얼간이> 등은 특히 좋아하는 작품들.

인도 영화 특유의... 어떤 이들은 늘어짐이라고 표현하고, 나는 솔직함, 순수함이라고 표현하는

보고 있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90년대 초반의 나의 어릴 적 감정들이 나를 감싸곤 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 혹은 덕인지, 영국과 구 식민지들은 사실 여전히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인도는 그 중에서도 토착, 전통과 영국이 섞인 조금 독특한 형태를 띄는 듯 하다

정신은 토착, 전통이지만 머리는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국과 미국의 자본과 영국 출신 감독인 데니 보일 감독의 작품이라

배경만 인도인 헐리우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인도 배우를 쓰고, 게다가 인도 사회의 슬럼가까지 조명하기 때문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발리우드와 헐리우드의 중간 쯤 되는 작품인 것 같다

인도가 배경인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보다 더 영국에 치우친 영화이고, 

(슬럼독의 주인공인 자말 역을 맡은 배우 데브 파텔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미국 드라마<NEWSROOM>에도 출연 중이기도 하고.)

<라이프 오브 파이>는 감독이 대만 출신인 이안 감독이기는 하지만, 이안 감독이 미국에서 활동중이니,

미국에 치우친 영화라고 할 수 있다(어른 파이 역의 배우 이르판 칸이 슬럼독에서 자말을 심문하는 형사로 나온다)

 

(아,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고, 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슬럼독>이 국제 사회에서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도 사회의 조명도 한 몫 했으리라 본다

이야기는 심문실이 중심이고, 어떻게 그 문제를 풀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자말은 자신의 빈민가 경험에서 그 답을 얻었다며 수도 없이 과거와 현재의 영상이 교차된다

인도 사회의 인권, 빈부격차, 종교 분쟁, 아동 노동 착취 등의 사회적 문제들의 주인공으로 주인공 자말을 넣음으로서,

자연스럽게 문제들을 노출시킨다


발리우드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발리우드 영화들은 대체적으로(발리우드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별개로)

'당신들은 인도가 후진 줄 알지만, 아니에요, 생각보다 후지지 않답니다!'가 느껴지는 영상, 배경들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자칫하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크게는 영화, 작게는 영화 속의 쇼라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산업의 특이성을 이용하여 

무겁지 않게 다루며,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어쩌면 무거워야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흥미와 관심 유발이라는 점에서 무거운 전개는 오히려 독이 된다

이 영화 안에서 다룰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게로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무겁지 않게, 그러나 영상과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은 건 다 보여주는.

스토리야 원작의 내용이고, 빈민가의 삶은 원작이 섬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고 하지만,

영화는 글 뿐만 아니라 영상화, 시각화라는 이점도 있으니, 그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사람은 시각적인 자극에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티비쇼 2일째를 맞이하면서 이야기가 조금 느슨해지긴 하지만,

초중반까지의 동생 자말과 형 살림, 우연히 만난 소녀 라티카가 겪는 빈민층의 삶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미국인 부부를 빨래터로 안내하고 얻어 터진 후, "진짜 인도를 보고 싶다고 하셨죠? 이게 진짜 인도예요!!"

화려하고 이국적이고 자유로운 듯한 인도는, 온 사방이 사각지대이다

"미국의 진짜 모습은 이거란다" 오직 돈이 중심이고, 돈이면 다 해결되는 미국 사회도 한 마디 거들었다


마지막 한 문제를 남기고 쇼가 다음 날로 넘어가고, 인도는 자말 열풍이 불어닥친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우승하기를 바란다

넘을 수 없는 신분제 속에서 그 티비쇼는 인생의 유일한 탈출구였고,

누군가가 그런 행운을 거머쥐는 것을 보며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며,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일테다

자말은, 빈민가 출신이며 고아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현재에는 텔레마케터들의 차茶수발을 드는, 

18살의 가진 것 하나 없는 상태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우승하길 바라지 않는 이가 있다 바로 티비쇼의 진행자.

그 역시 자말과 같은 빈민가 출신이며, 티비쇼로 성공하여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제 2의 자신이 생기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자말이 차 심부름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종교와 돈.

인간이 폭동을 일으키고 전쟁을 하는 이유라고 하지.

영토 문제도 결국엔 돈의 문제이고, 미국의 전쟁들도 결국엔 군수산업 등이 얽힌 돈의 문제라는 것을 세상이 알고 있다

종교 갈등의 폭동에 의해 엄마는 희생되고, 세 아이는 고아가 되었다

돈 때문에 마만은 부모 잃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눈을 장님으로 만들어 버리고, 앵벌이를 시킨다

참 신기한 것이, 10살 전후의 자말 형제가 패스트푸드 점처럼 보이는 곳에서 일하는 씬이 나오는데,

그걸 보고 안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아동 인권을 지키려는 나라에서는 대부분이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어떠한 노동도 허락되지 않는데 말이다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분명히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장 큰 틀은 운명론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둘은 사랑할 운명이었고, 

티비쇼에 나온 것은 라티카가 봐주길 바란 것이었는데, 

역시나 그녀는 그를 보았고 전화찬스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으며,

마지막 문제의 답을 모르지만 찍어서 맞추니 이 또한 운명이었고,

문제를 맞춰온 과정들도 자말의 삶 속에서 존재하는 것들이니,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내용을 모두 운명론으로 채우고 있다

영화 처음에서 '그는 어떻게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영화의 끝에서 D:It's written. 이라는 답을 보여줌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나 또한 운명론을 믿는 사람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먹는 것 조차도 그 사람의 운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물론 배경이 인도이고, 그곳의 악명높은 신분제도에서 이 영화도 벗어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빈민층인 것은 그러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네가 빈민층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인공 자말은 그러한(빈민층) 인생의 탈출구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작은 개천들이 모여 결국 큰 흐름을 이루듯, 

개인의 삶은 결국 각자의 큰 흐름 위에서 작은 사건 사고들을 경험하면서 

언젠가 그 큰 흐름 속에서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담이지만, 보면서 타고나는 신분이라는 것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들은 공식적으로 신분제도와 노예제도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출생시 부여되는 신분에 따른 것일 뿐이고,

현대판 신분제도가 돈과 직업군에 의해 나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실이다

한국 역시 신분제는 없지만, 누구나- 상위계층으로 상승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지난 수십 년동안 한국이 보여준 국가원동력이기도 하였으며,

실제로 누군가들은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만 상위계층으로 상승하는 것을 이루기도 하였고,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여전히 신분상승을 위하여 노력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라는 것이 있으니, 

상위계층들에도 진골과 성골이 나뉠 테다 부자도 대대로 돈 많은 집안과 졸부가 나뉘는 마당이니.

(아, 대대로 돈이 많은 집은 친일파의 후손일 가능성이 매우 매우 매우 크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확실한 것은 나는 죽을 때까지 평민계층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신분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나라는 아마 

-최상위계층(재벌(친일후손 포함), 대대로 유복한 환경(!)의 정치인)

-상위계층(초고수익 전문직종 종사자, 사업가, 대기업 최상위 간부 극소수, 보통의 성장 환경의 정치인)

-일반 평민(평사원~대기업 일반 간부, 힘든 성장기를 보낸 정치인, 초고수익을 올리는 전문직종, 사업가를 제외한 전문직종, 사업가 등 자기는 상위계층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모두 포함)

-사회배려층


보면 상업 종사자들은 세상을 잘 타고났다 천대 받았던 과거와 다르게, 현재의 세상은 장사꾼들이 최고인 세상 아닌가.



길게 쓴 데다가 할 말이 많은 걸 보니,

확실히 내가 이 영화를 재밌게 봤구나ㅋ

더 쓰고 싶은데 기억력과 사고력의 한계이다ㅋㅋ

Posted by 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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