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보는영화

셰임(Shame, 2011)

mosa. 2014. 3. 23. 02:13

2014/02/16

셰임
감독 스티브 맥퀸 (2011 / 영국)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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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느끼는 부끄러움, 수치심들

 

상사 데이빗에게 회사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온갖 성인물로 가득차 있었다는 것을 들켰을 때의 수치심.

(아마 엔지니어->상사 데이빗->브랜든 본인...의 경로일테니)

여동생에게 자위를 들켰을 때의 수치심.

거기다 그게 온라인 섹스 중이었다는 것을 들켰을 때의 수치심.

(결국 자신의 엄청나게 모아온 온갖 자위기구들(서적, 비디오, 기구, 심지어 노트북까지) 버린다)

직장의 마음에 드는 여성인 마리앤과의 성관계에서 결국 실패하는 수치심.

바에서 여성을 음란, 음탕하게(!) 꼬시다가 그녀의 남친에게 얻어터졌을 때의 수치심.

정처없이 떠돌다가 게이 클럽에서 모르는 남성과, 혹은 두 여성과 쓰리섬 섹스를 하면서 

만족감은 커녕 공허함만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수치심.

여동생을 내쳐버리고, 결국 가족에게 버림받은 동생의 자살시도에 느끼는 수치심.(이건 자책감에 가까운)

 

가장 큰 수치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브랜든이 느끼는 이 수치심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방법들에서부터 오는 수치심이다

 

 

 

타인과 '정상적인' 관계가 불가능한 브랜든.

태어난 가족도, 새로 꾸려나가야할 가족도, 이성과의 관계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뉴욕의 잘 나가는 직장인이며, 고급 아파트도 갖고 있는 그는,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활한다며 쿨한 척(!) 한다

의미없는 육체의 교류는 가능하지만 감정의 교류는 힘들어져가는 브랜든.

 

브랜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인간으로서 타인과의 박薄한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이 저변에 깔려있다

본인은 외면하고 있지만, 결국 그것들은 수치심이라는 형태로 변화되어 그가 느끼는 감정을 그에게 알려준다

 

 

 문제는, 브랜든이 현대 사회 속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1인이라는 것이다

하룻밤의 정사, 길게 가지 않는 관계. 

욕망의 일순의 교류만 가능한, 정신적 교류가 힘들어져가는 사람들.

자기 자신에게 (차마)눈을 돌리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그의 상사인 데이빗, 매일 밤 여자를 찾으러 클럽, 바를 전전한다

아이도 부인도 있는, 심지어 결혼반지까지 끼고 다니는(총각행새를 안 한다는 뜻) 남자가.

그의 행동을 보면서 전세계의 많은 유부남들이 하는 말이 떠오른다 

'가족이랑은 섹스하는 거 아니라잖아. 와이프는 가족이지.'



정신적 교류를 원하는 두 여성, 직장 동료인 마리앤과 여동생인 씨시.

마리앤은 짧은 결혼생활 후 별거중이고, 브랜든과의 데이트에서 그의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약간의 묘한 실망감을 얻는 것 같다

이후 마리앤과의 성관계에서 실패했으나, 바로 뒤 접대여성과의 관계는 성공(아마)한 것은,

정신적 교류를 원하는 마리앤과 단순한 섹스를 원하는 브랜든의 서로에 대한 욕망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한 섹스를 원하는 관계에서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씨시는 뉴욕의 오빠를 찾아와 오빠와 가족간의 우애를 느끼고 싶어한다

남자들은 싫어하지, 늘 결혼을 원하는 질긴 여자들을.

그리고 결혼을 원하지 않는 여자들과의 가벼운 만남을 'Cool'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며 허세부린다

 

왜 인간은 가족에 의미를 두는 것일까?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어쩌면 가족 아닐까.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것도, 물론 종족번식의 본능도 있겠지만

(근친상간에 대한 거부감 역시 본능이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꾸려야 함-체취 등)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인 가족, 가정으로부터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이 인간으로서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동시에 동생의 수 없는 자살기도는 자신이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것에서 오는 지독한 외로움 때문일테다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으며, 만나는 남자들 역시 일정하지 않고,

가족은 어릴 적에 아일랜드에서 대서양을 건너와 미국에 정착한 이민가족이고,

(아마 자신이 있어야 하는 (정신적인)곳, 자신의 장소, 자리-일본어로는 居場所인데..-에 대한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가족은 서로 돌봐주는 존재라 생각하여 찾아온 하나 뿐인 오빠는 

자신의 성城 안에만 있고 싶어하여(아마 가족이든 타인이든 누군가와의 정신적인 교류에 서툴기 때문) 

자신을 돌봐주려고 하지 않으며 오히려 내쳐버린다



영화 초반에 브랜든은 전철에서 한 여성을 만난다

서로 눈빛을 교류하고, 내리는 그녀를 쫓아가지만, 결국 붙잡지 못한다

영화 마지막에서 브랜든은 전철에서 다시 그 여성을 만난다

그 여성을 다시 만나는 동안 그가 겪었던 감정의 변화들, 

그는 이전처럼 그녀를 전철에서 내려 쫓아갈까, 아니면 그냥 가던 길을 갈까.